투자원금 최대 95% 손실 위기…DLS 시한폭탄 째깍째깍

중앙일보

입력 2019.08.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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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3654명이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이 중 일부 투자자의 경우 최대 원금의 95%까지 손실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중순부터 이어지는 상품 만기를 앞두고 1조원 상당이 팔린 금리연계형 DLS 후폭풍이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판매한 은행은 물론 증권사와 운용사 등 관련 상품의 설계부터 제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는 고강도 검사에 나선다. 불완전 판매 민원도 늘어나 분쟁조정 관련 현장 조사도 병행한다. 금감원은 19일 이런 내용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과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개인 3654명 몰려 8224억 투자
독일국채 상품 1200억 날릴수도
영·미 금리 상품 예상손실 56%
내달부터 만기…금감원 검사 나서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 손실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DLS는 금리나 환율, 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만기에 지급한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문나면서 지난 7일 기준 8224억원(판매 잔액)어치가 팔렸다.
 
전체 판매 잔액의 99%는 은행에서 DLS를 펀드(DLF·파생결합펀드)에 담아 사모펀드 형태로 고액자산가에게 팔았다. 주로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에서 팔렸다. NH투자증권(11억원) 등 증권사에서도 일부 판매했다. 전체 판매액 중 개인투자자(3654명)의 자금이 89%를 차지한다. 1인당 2억원꼴이다. 법인(188곳) 돈은 10%에 불과했다.
 
금리 연계형 DLS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건 기초자산인 해당 국가의 채권금리가 예상을 깨고 급락하면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만기일까지 채권 금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일부 투자자는 최대 95%가 넘는 원금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기초자산에 따라 손실률은 차이가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영·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형 상품의 경우 만기까지 평균 예상손실률은 56.2%다. 이렇게 되면 판매 잔액(6958억원)은 3604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독일 10년물 채권금리 연동 상품이다. 판매금액 전체(1226억원)가 이미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 상품은 해당 금리가 -0.3%보다 높으면 연 4% 이상의 수익을 제공하지만 -0.3%보다 낮아지면 차이에 손실 배수(250배)를 곱한 비율로 원금을 잃는 구조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금리가 오는 11월까지 반등하지 않으면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원금은 62억원만 남기고 1204억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0.7129%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16일 소폭 반등하며 -0.6848%로 마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