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지원 기관인 다시함께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서울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내 28개 건물의 건축물대장을 전수 조사해봤더니 28곳 모두 등록된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었다. 성매매 처벌법에 따르면 성매매에 쓰이는 걸 알면서도 돈이나 땅, 건물을 제공하는 경우 성매매 알선 행위로 분류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렇게 제공된 자산 및 그로 인한 수익은 법리상 범죄수익으로 분류된다. 몰수되거나 추징될 수 있고,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받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영등포구청과 경찰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따로 성매매 집결지를 조사한 적은 없다”면서도 “(해당 건축물들에) 별도의 용도가 없기 때문에 무단용도변경 적발은 법적으로 어렵다. 수사권이 없는 구청 입장에서는 성매매가 실제로 이뤄지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주나 토지 소유주들은 대부분 주소는 국내에 두고 실제 해외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소재파악이 잘 안 된다”며 “단속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사자 접촉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단속은 하고 있지만 업주나 종사자들은 벌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뿌리를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연 30조~3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로봇산업 규모(5조 7000억원)의 5~6배다. 단속이 능사는 아니지만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성매매 알선’과 ‘범죄수익’을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성매매 집결지 문제는 영등포구민들 숙원 해결 사안이기도 하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방식의 ‘영등포 신문고 공감청원’ 1호도 ‘노점상과 성매매 집결지 문제 해결’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업소 건물주가 얻은 임대수익을 몰수·추징하는 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구청과 경찰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병준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