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중국인 멤버 레이(중국명 장이싱ㆍ张艺兴)는 소속사를 통해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와의 광고모델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웹사이트의 국가 표기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에 민감
엑소 레이, 삼성 모델계약도 해지
중국민 정서 건드리면 불매 타깃
돌체앤가바나 ‘젓가락 우롱’ 퇴출
국내 다른 대기업들도 중국에 진출했다가 중국의 ‘국민정서법’에 밀려 고전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문제로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가 퍼지면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롯데는 2018년 결국 중국 시장에서 유통사업을 철수했다.
외국 기업에 배타적인 정서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까지 겹치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기도 한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16년 사드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최근까지도 어려움을 겪었다.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15일 공개한 ‘중국 외자기업 실패 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에서 중국인의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금기 중에 금기”라며 “중국 국민들의 정서를 거스른 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의류 기업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인 여성이 피자와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영상을 광고로 내보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후 돌체앤가바나가 주최하는 패션쇼 등의 행사가 취소되고, 중국의 주요 백화점에서 쫓겨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이나 유럽계 기업이 중국 소비자의 수요와 유행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도 있다. 영국의 유통 기업 막스앤스펜서는 영국에서의 경영 방식을 고집하다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의류 사이즈를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S(스몰)·M(미디움)·L(라지)가 아닌 6·8·10 등 유럽식으로 표기하는 등 현지화에 실패했다.
심 지부장은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은 유통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사전 조사는 물론 진출한 뒤에도 중국인의 정서를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