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독립선열들의 강인한 정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작가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 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 국민들 가슴에 살아 숨쉬고 있다”라면서다. 심훈은 소설 『상록수』로도 잘 알려진 1920~30년대 대표적 계몽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다”며 1940년대 대표적인 모더니즘 계열 시인 김기림의 ‘새나라 송(頌)’을 떠올렸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중략)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처음 맞은 2017년 추석 때 영상을 통해 내보낸 대국민 인사말에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다”며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낭송한 적이 있다.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 때는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하며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이던 198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 ‘오래된 이야기’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저물 무렵』 『꽃분이의 손에서 온기를 느낀다』『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서호(西湖)』 등의 시집을 펴냈다. 신 비서관은 한양대 국문학과(85학번) 재학 때 대학 1년 후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임 전 실장은 전대협 의장이었고 신 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이었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연설문이 너무 감성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대통령 연설문이 지나치게 미문일 필요는 없다. 미사여구보다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 메시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