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민사1부(김주호 부장판사)는 고리원전 인근에 살다 직장암에 걸린 이진섭(53)씨와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27)씨, 갑상샘암에 걸린 아내 박모(53)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그동안의 소송 비용은 모두 원고가 물게 됐다.
부산고법, 고리원전 주민 배상 판결(1심) 뒤집어
원고 “한수원 주장 인정하고 책임 면해줬다” 반발
재판부는 또 “연간 1mSv 이하 수준의 고리 원전 인근 주민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아무런 조사·연구 결과가 없다”며 “개인이 특정 위험인자에 노출된 사실과 그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아울러 원고 이씨 부자의 경우에도 1심과 항소심에 제출한 증거와 현재까지의 국내외 연구·조사결과만으로는 원자력손해배상법 등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씨 가족은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갑상샘암 등에 걸렸다며 2012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직장암에 걸린 이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 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27)씨의 손배소를 기각하고 아내 박씨에게 배상 책임(1500만원)만 인정했다.
2심 판결이 나오자 이씨 측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겠다”며 상고할 뜻을 내비쳤다. 탈핵 부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선고 직후 부산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한수원의 거짓말을 사실로 인정하고 책임을 면해줬다.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전국에서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다가 갑상샘암에 걸린 주민 618명이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으로 제기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