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이 남성이 홍콩에 이웃한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보조경찰(輔警)일 것이라며 두 팔을 묶고 구타를 시작했다. 환구시보는 시위대가 이 남성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 “내지(內地) 공안”이라며 욕설과 함께 수 시간 폭행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시위대는 남성의 몸에 “나는 공안이다. 시위를 파괴하기 위해 왔다”는 글을 써 붙이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 주먹과 발길질 세례가 이어졌고 이 같은 구타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커다란 우산으로 현장을 가렸다는 것이다.
남성은 거의 실신한 상태가 된 밤 10시 40분께 현장에 도착한 홍콩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이어 이번엔 현장을 취재하던 중국 환구시보 기자 푸궈하오(付國豪)가 시위대에 붙들려 역시 두 손이 묶인 채 13일 자정이 넘겨서까지 얻어맞았다.
푸궈하오는 ‘기자’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현장에 있던 홍콩 입법회 의원이 그를 보호하려 했지만 그마저 오히려 시위대에 의해 다른 곳으로 이끌려 갔고, 푸궈하오는 결국 폭행을 당하다 홍콩 경찰에 의해 풀려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푸궈하오가 두 손이 묶인 채 “나는 홍콩경찰을 지지한다. 당신들은 나를 때릴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과,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실려 가는 장면 등을 담은 동영상이 중국에 빠르게 퍼지면서 중국인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우리 기자가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는 분노와 함께 또 “어떻게 이런 공항 불법 집회를 방치하고 있나”는 비난이 이어졌다. “향기로운 항구의 홍콩(香港)이 이젠 더러운 냄새 나는 항구인 추항(臭港)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때문에 이번 폭행 사건이 홍콩에 대한 중국 당국의 물리적 개입을 촉구하는 명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홍콩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 지난주 이미 선전에서 1만 2000여 무장경찰이 폭동 진압 훈련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홍콩 정부의 요청만 있으면 언제든 개입할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며 “중국 정부가 병력을 홍콩과의 접경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모두 진정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에 보고할 정도로 중국의 홍콩 시위 사태 개입이 초읽기에 아니냐는 전망을 낳는다.
홍콩 시위대, 환구시보 기자 등 폭행
"향기로운 홍콩이 추한 항구 됐다" 반발
중국 여론 악화하며 개입 분위기 조성
트럼프 “중국군 홍콩접경 이동” 트윗
또 중국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과 홍콩 각계 인사 간의 ‘홍콩시국 좌담회’ 때 500여 홍콩 인사들이 중국 중앙 정부에 홍콩 사태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국 당국이 꼭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쑨자예는 대륙의 중국인들에게 민주사회의 혼란 국면이 무엇인지를 이번 홍콩 시위를 통해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시위를 통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화웨이(華爲) 사건 이후 다시 한번 중국인의 단결심을 고취하는 이점도 있다.
쑨자예에 따르면 또 현대 도시의 치안 유지와 관련해 이번 홍콩 시위는 중국 경찰과 군에 좋은 연구 사례가 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래에 대만을 통일했을 때 대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사례로 홍콩 사태 처리의 경험이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민생이 무너져도 대륙 경제에 큰 영향만 주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 1일 중국의 건국 70주년 이전까지는 홍콩 사태가 안정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10월 1일 전후가 중국 개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