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환경운동가 툰베리, 화장실도 없는 요트로 대서양 건넌다

중앙일보

입력 2019.08.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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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가 영국 플리머스에서 대서양 횡단에서 탈 요트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스웨덴의 16세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는 도전에 나섰다.

툰베리는 14일(현지시간) 영국 플리머스에서 세계 일주 요트대회 출전을 위해 제작된 '말리지아 2호'를 타고 미국 뉴욕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길이가 약 18.2m인 이 요트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수중 터빈이 장착돼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작은 요트라서 샤워실이나 화장실이 따로 없다. 요트의 선장 보리스 헤르만은 BBC에 “요트 구석 안 보이는 장소에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는데 그곳에서 용변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트에는 별도 화장실이 없고 선장이 비치해 놓은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야 한다. [AP=연합뉴스]

‘환경을 위한 학교 파업'을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시킨 툰베리는 다음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오는 12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툰베리는 오염 물질을 대량으로 내뿜는다며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는다. 크루즈선도 마찬가지 이유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9,12월 유엔 기후변화 회의 참석차
오염물질 배출 항공기·크루즈 거부
영국→뉴욕 태양광 설치 요트 이용
부친과 2주 예상…선장 "용감한 소녀"

툰베리는 최근 자신의 SNS에 “60피트짜리 경주용 보트 말리지아 2호를 타고 갈 것을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요트에는 툰베리의 아버지인 스반테 툰베리와 선장 헤르만, 카메라맨 등이 타게 된다. 헤르만은 “비바람을 피해 안전한 항로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서양 횡단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까지는 2주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트 내부에 설치된 간이 침대와 장비 [AP=연합뉴스]

툰베리는 이 여정에 나서기에 앞서 “과학은 분명하다. 우리는 늦어도 2020년까지 배출가스 곡선을 감축 쪽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아래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기후변화에 대응할 시간의 창을 갖고 있지만, 이 창은 빨리 닫히고 있다"며 “그게 바로 내가 대서양 요트 횡단에 나서기로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툰베리가 영국에서 뉴욕까지 타고 갈 요트 [AP=연합뉴스]

툰베리와 아버지는 13일 요트에 탑승해 어떻게 대서양에서 비바람을 피해 항로를 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요트 안에 있는 간이침대를 이용해 잠을 청할 수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헤르만은 “툰베리는 기후 위기와 관련한 무시와 불의에 놀라울 정도로 용기 있게 나섰다. 힘이 센 권력자들 앞에서도 크고 분명한 어조로 주장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툰베리가 이런 여정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았고,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폐증과 비슷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툰베리는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영화를 친구들과 봤는데, 그들도 신경을 쓰긴 했지만 난 큰 불편을 겪었다"며 “나에게 자폐증과 같은 증상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트 선장 보리스 헤르만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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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