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2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1회부터 저스틴 터너, 코디 밸린저의 홈런이 터진 다저스가 9-3으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시즌 12승(2패)에 성공했다. 개인 통산 150번째 승리(한국 98승, MLB 52승)였다.
애리조나전 7이닝 5안타 무실점
시즌 12승, 한·미 통산 150승 달성
NL 사이영상 독주 체제 굳히기
마르티네스·매덕스급 평균자책점
투수를 평가하는 최고 지표인 평균자책점을 기준으로 하면, 류현진의 경쟁자가 현역 선수 중에는 없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전 투수들과 비교해야 한다. LA 타임스는 ‘다저스에서 단일 시즌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16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루브마 쿼드(1.58)다. 류현진이 그보다 낫다’고 극찬했다.
게다가 마쿼드가 뛰던 시절은 ‘데드볼 시대’였다. 당시 MLB는 반발력이 낮은 공을 사용했다. 또 스핏볼(공에 이물질을 바르는 행위) 등 지금 기준으로는 반칙인 투구가 성행해 ‘투고타저’ 성향이 아주 강했다. 공의 반발력을 높인 뒤 1920년 베이브 루스가 54홈런을 친 이후를 ‘라이브볼 시대’라고 한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다저스의 두 명의 전설적인 왼손 투수, 클레이턴 커쇼(2016년 1.69)와 샌디 쿠팩스(1966년 1.73)의 최저 평균자책점 기록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년 간의 ‘라이브볼 시대’ 전체를 통틀어서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5위에 해당한다. 개막 후 22경기 기준으로 1968년 밥 깁슨(0.96), 1968년 루이스 티안트(1.25), 1971년 바이다 블루(1.42), 2005년 로저 클레멘스(1.45)만이 류현진보다 좋은 기록을 냈다.
‘라이브볼 시대’ ERA+ 역대 1위는 ‘외계인’으로 불렸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다. 2000년 보스턴에서 뛴 그의 ERA+는 291이었다. 류현진이 2위이고, 그레그 매덕스가 1994년 애틀랜타에서 기록한 271이 3위다.
마르티네스와 매덕스는 MLB가 금지 약물복용에 노출됐던 시기에 대기록을 세웠다. 약물의 힘을 빌린 타자를 압도한 두 투수는 팬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약물 스캔들 이후 MLB는 한동안 ‘투고타저’가 이어지다 최근 타자들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뜬공 혁명(타구의 발사각에 대한 연구)’이 홈런을 늘렸다. 최근에는 공의 반발력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7월까지 4478홈런이 터졌다. 이대로라면 6712홈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2017년 단일 시즌 최다 홈런(6105개) 기록이 경신될 확률이 높다. ‘홈런의 시대’에서 류현진의 피칭은 더욱 돋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