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같은 경우는 (세계)시장점유율이 지금 72.4%거든요. (중략) D램 공급이 만약에 2개월 정지될 경우에는 전 세계에서 2억3000만 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도 카드가 옵션(option)으로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 이후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실명 인터뷰를 통해 상응 조치의 하나로 D램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차장의 발언에 대해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D램을 대일본 수출 제한 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 등이 일본에 수출하는 D램이 약 2조~3조원 어치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것에 대한 공급이 불투명한 상태가 되면 디스플레이와 게임기 등 일본의 주력 전자산업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가전업체들은 미국 마이크론사 등 다른 D램 생산업체들로부터 대체품을 확보하려고 하겠지만, 안정적인 양과 질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D램의 대일 수출제한은 국내 산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반격 카드로 검토하는 데는 일본과의 난타전을 해볼 만한 게임으로 여기는 시선이 깔렸다. 김 차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의 전략물자 1194개를 살펴보니, 우리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손 한 줌’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구체적인 숫자를 말씀드리지 않겠다”면서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하면서 수출 ‘포괄허가’ 대신 ‘개별허가’를 받게 될 수 있는 전략물자 중 한국에 피해를 줄 품목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김 차장이 언급한 ‘한 줌’에 대해 이 여권 고위관계자는 “눈여겨봐야 할 것은 48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즉시 또는 이른 시일 안에 대체가 가능하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성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반도체(산업)의 경우 소재·부품·장비는 일본(기업), 반도체는 한국(기업), 그리고 국제 IT(정보기술) 기업. 이렇게 국제분업 구조가 돼 있다”며 “그런데 일본의 소재·부품 경쟁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고, 그걸 삼성이 버티게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일본에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분업 구조를 깨지 말자고 주장해야 하는데, (오히려) 깨자고 나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일본 경제에 악영향이 가는 것이고 많은 사람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