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변호인은 범행 전 인터넷을 검색한 내용에 대해 해명했다. 고유정은 범행 보름 전인 지난 5월 10일부터 휴대전화와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뼈 강도’, ‘뼈의 무게’, ‘니코틴 치사량’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바 있다.
고유정, 범행 80일만에 모습 드러내
재판서도 머리 늘여 뜨려 얼굴 가려
고개 숙인 채 이름·주소 신상 말해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그녀의 검색어들은 연관검색어가 아니라 검색창에 직접 입력한 것”이라며 “사건 비극의 단초가 피해자의 행동(성폭행 시도)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박했다. 방청객들 역시 변호인의 말에 ‘말도 안된다’ ‘그만 읽어라’ 등 고성을 내뱉어 재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이날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두색 죄수복을 입은 고유정이 1분가량 머뭇거리다 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살인마”를 외쳤다. 한쪽에선 머리를 늘어뜨려 얼굴을 가린 고유정을 향해 “고개 들어” “머리를 걷어라”라는 말도 쏟아졌다. 고유정이 이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 12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두 달여 만이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살인과 시신 훼손은 인정하고 있지만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유정에 대한 첫 공식 공판이 열린 이날 제주지법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고유정이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법정 앞은 이른 오전부터 방청권을 배부받으려는 시민과 취재진 등 300여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고유정에 대한 재판은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