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통은 “이달 초 미 국무부 소속 고위 인사가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하면서 친서를 전달받았고, 이후 워싱턴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8일) 김 위원장한테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인편(hand-delivered)으로 받았고 (북·미 간 소통하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 “이달 초 북측 인사 접촉”
미사일 쏴도 매달 한 번꼴 회동
“김정은, 한·미 훈련 끝날 때까지
미사일 계속 쏜다고 친서에 밝혀”
“한국 외교가 북·미에 이득 못줘”
비핵화 대화서 소외될 가능성
트럼프의 통북봉남…김정은과 직거래에 한국 패싱 우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미 측으로부터 사전 전달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도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에 공개한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는) 단거리 미사일 훈련에 대한 약간의 사과(small apology)도 있었고, 한·미 연합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것(단거리 미사일 발사)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터무니없고 비싸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표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나오자마자 북한은 당장 이를 거들고 나섰다. 최근 고비마다 북한의 외교 메시지를 발신하는 창구역할을 맡고 있는 권정근 미국국장은 11일 담화를 내고 “똥을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악취가 안 날 것 같은가”라며 원색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27일 “미국과의 대화에 한국은 빠지라”는 담화를 내놓았고, 사흘 뒤 판문점 북·미 회동이 성사됐다.
미국과는 실리적 외교를 지향하며 남한의 참여는 봉쇄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은 북한의 전통적 외교책이다. 한국 정부로선 북·미 양측으로부터 배제되는 ‘이중(二重) 봉남(封南)’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중재와 노력으로 북·미 협상의 판과 창구가 생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돈으로 동맹을 평가하거나, 피로 맺은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태도는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의 외교가 북·미 양쪽에 이득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은 북한이 한·미 훈련을 빌미로 신무기체계를 실험하는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시기”라며 “한국 정부가 일희일비하기보다 차분히 북한과 대화할 시기를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