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주연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 [사진 tvN]
‘OST 퀸’ 자리를 놓고 ‘호텔 델루나’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tvN 주말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 작업에 참여한 태연·헤이즈·거미가 나란히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태연의 ‘그대라는 시’가 처음 정상에 오른 뒤 헤이즈의 ‘내 맘을 볼 수 있나요’,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는 모양새다.
한 작품에 수록된 곡들이 음원 차트를 점령한 것은 ‘도깨비’ 이후 2년 반만이다. ‘도깨비’ OST는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크러쉬의 ‘뷰티풀’ 등 6곡이 2017년 1월 가온차트 10위권에 오르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총 16부작인 ‘호텔 델루나’가 이제 후반부에 접어든 것을 고려하면 추가 히트곡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호텔 델루나’ 수록곡 번갈아 1위
드라마 음악 모은 콘서트도 열려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호텔 델루나’ OST까지 3연속 홈런을 친 송동운 냠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작품은 가사에 특별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지훈·박세준 등 한 회사에서 함께 작업하는 작사가들이 전곡 작사를 맡았다. 먼데이키즈와 펀치가 부른 파트 1 ‘어나더 데이(Another Day)’부터 벤이 부른 파트 9 ‘내 목소리 들리니’까지 한 명의 화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송 대표는 “한 작품에 들어가는 10여곡을 선별하기 위해 보통 500~600곡 정도 수집한다”며 “거미가 부른 ‘기억해줘요…’는 6년 전에 받아둔 곡인데 ‘호텔 델루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져서 쓰게 됐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결과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전주 없이 시작하는 곡 첫 마디에 애틋한 감정을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은 거미밖에 없다고 생각”해 밀어붙인 결과다. 그는 “OST로 특히 사랑받는 가수들은 하나같이 감정 전달력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전개 속도와 맞춰 공개할 곡을 선택하는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극 중 귀신 전용 호텔을 천 년 넘게 지켜온 장만월(이지은) 사장과 이곳에 강제 취직한 구찬성(여진구)의 본격적인 사랑에 빠지기도 전에 이별을 택하면서 “가슴 아프겠지만 그대를 보내야 해요”(‘기억해줘요…’)라는 가사와 잘 맞아 떨어졌다. 펀치·폴킴 등이 부른 곡들도 추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OST가 지닌 영향력이 커지면서 새로운 현상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당초 미공개할 계획이었던 OST를 발표하기로 했다. 극 중 무명 가수 김이경(이설)이 부른 ‘혼잣말’이 화제가 되자 팬들의 요청에 따라 김이경의 이름으로 해당 곡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한 팬덤도 생겨났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을 작업한 남혜승 음악감독과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을 작업한 개미(강동윤)가 대표적이다. 이들 드라마 4편에 수록된 곡들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K-OST 콘서트 M.O.S.T’도 오는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신승훈·거미·펀치 등 OST를 부른 가수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아르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