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도 고교 1학년 때까지는 학교를 그만둘 계획이 없었다. 내신성적이 1~2등급으로 우수한 편이라 수시전형으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학년 때 상위권이 몰리는 이과를 선택하면서 내신성적이 3등급대로 떨어진 게 계기가 됐다. 이양은 “모의고사에서는 국어를 제외하고 1등급이 나왔기 때문에 굳이 수시전형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며 “처음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수행평가나 중간·기말고사 등을 신경 쓰는 게 시간 아깝게 느껴져 자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김모(50서울 강남구)씨도 최근 자녀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해 고민이 많다. 아이 성적은 중상위권이지만,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학교생활을 힘들어해서다. 김씨는 “중학교 때도 수행평가를 버거워했는데, 고교에 올라온 이후 교내 대회나 시험을 앞두고 잠을 거의 못 자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아이가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써줄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이라도 자퇴하고 마음 편히 수능 준비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입에서 수시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어가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수시에서도 내신성적과 교내활동 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학생부전형(종합·교과)이 대부분이라 고1~2 때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선발 비율은 전체 모집인원의 77.3%다. 수시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활용해 뽑는 인원이 전체 67.1%를 차지한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학업 중단 학생 현황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10~2018학년도 전국 고교의 학업중단비율을 살펴보면 2010학년도(2.0%)에서 2015학년도(1.3%)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6학년도(1.4%)를 기점으로 매년 0.1%씩 증가했다. 특히 내신 경쟁이 치열한 ‘교육 특구’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학업 중단자 수가 많은 고교 상위 20곳 중 13곳이 강남 3구에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강남의 한 일반고 교사는 “상위권 학생 중에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진 후 슬럼프를 겪으면서 자퇴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대입의 70%를 차지하는 수시가 역전이 불가능한 구조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교 자퇴생이 수시 학생부전형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학교를 중간에 그만뒀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고교 과정에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학생부전형의 특성상 합격 가능성이 크진 않다”며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글 쓰는 일에 매진하는 등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등이 엿보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병욱 인창고 교장은 “대입만을 목표로 고교를 중도 하차한 학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학교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배려·협동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사회에서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