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출범 후에도 각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모두 잘사는’ 이상을 관철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패권을 쥔 국가일수록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의 ‘선한 의도’를 믿지 못한다.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이를 입증한다. 지난해 일본의 국민총생산(GNI)은 5조1598억 달러로 세계 3위지만 2012년(6조3690억 달러)의 80%에 그쳤다. 따져보면 199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38%로 압도적 세계 1위다. 경제성장률은 0.7%였다. 경제강국이라지만 외화내빈이다.
‘모두 잘 사는 법’을 알지만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 국내 산업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발생하면 정치 지도자들은 선거에 패한다. GATT가, WTO가 이상적으로 진화한 것 같지만, 패권국들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룰을 바꾸고 판을 뒤엎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고 했다. 하물며 ‘나쁜 정부’ ‘어리석은 정부’는 오죽하랴. 리카도가 무덤에서 땅을 칠 일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