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이같은 특성은 “기초가 약하다”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딴 거 잘하면 되잖아”라는 식으로 바뀌는 경향이다. 약점(기초) 보완에만 목을 매기보다 강점(감각)을 살려 가성비를 높이면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K-팝, K-푸드 등이 이를 증명했고, ‘퍼스트무버’(선도자)가 아닌 ‘패스트팔로어’(추종자)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것도 한국이다. 외려 해외에선 한국의 응응력·순발력 등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대일 경제전쟁 국면에서 청와대·정부 인사가 꺼낸 게 ‘가마우지 경제론’이다. 가마우지라는 새(한국)처럼 목에 줄이 묶여 먹이를 물어도 삼키지 못한 채 몽땅 주인(일본)에게 빼앗기는 게 한국 경제라는 논리다. 하지만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반도체 제조용장비 수입액 52억4200만 달러 등 반도체의 일본 관련 수입액은 178억 달러 안팎이었다. 반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의 해외 수출액은 1260억 달러였다. 수치상으론 일본 원료를 적절히 가공해 배불리 삼킨 셈 아닌가.
삼성전자가 소니 등 일본 전자기업을 압도한다는 건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글로벌 분업구조를 외면한 채 철 지난 지배-피지배의 종속이론을 제기하는 건 왜일까. 시중엔 “한국 경제보다 386의 정신세계가 가마우지 같다”는 얘기가 많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