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그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으로 봤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한·일 관계, 진단과 해법’ 강연회에 참석해서다. 그는 재일교포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정치학자로, 한·일 모두에 정통한 지식인으로 꼽힌다.
강 교수 “일본에 유리하지 않지만
한·미관계 좋지않은 상황 올 수도”
강 교수는 한·일 관계 악화가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지난해를 남북 분단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획기적인 사건이 한반도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관련 판결이 내려졌다”며 “이때부터 한국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올 초 외교청서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의 신시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점도 언급했다.
한·일 관계 변화의 변곡점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꼽은 셈이다. 그는 “북한이 단·중거리 미사일 가지고 핵을 동결한 채로 남한과 통일된다면 약 8000만에 가까운 핵보유국이 일본 바로 옆에 존재하게 된다. 당연히 일본 국민 입장에서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이 일체화된다면 38도선은 최종적으로 현해탄(대한해협)으로 남하할 것이고, 일본 안보에 큰 위기라는 생각이 일본에 존재한다”고도 덧붙였다.
강 교수는 최근 국내의 불매운동 등에 대해선 “(한·일 관계에) 마이너스일지언정 플러스는 아니다”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