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날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 ‘포괄허가취급요령’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들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를 결정한다. 발표 내용에 따라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불화수소나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를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린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 국가 제외에도 CP 기업을 통한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활용할 경우 국내 정보기술(IT) 하드웨어 업체들에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중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닌데도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 국가 제외 기조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CP를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악영향을 받을 우려도 여전하다. 또 지난달 4일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한 3개 품목 가운데 아직 개별허가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세부품목에 대해 규제를 추가한다고 하면 한일 간 강대강 국면이 강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자국 기업의 부담, 국제여론 악화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한국의 대책과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보고 대응계획을 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핵심 관계자도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예단하긴 힘들다”면서 “세부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수출규제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의 보복 조치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8일 열리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일본을 29개국이 속한 우대국가 지역인 ‘가’ 지역에서 ‘다’ 지역으로 강등해 포괄허가 혜택을 없애고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늦어도 다음 달 중 시행할 방침이다.
세종=손해용ㆍ허정원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