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90대 할머니 A씨는실종된지 23시간만에 요양원과 직선거리 1㎞정도 떨어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5시30분쯤 구성면의 한 요양원은 “할머니 한 분이 안 보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그동안 치매증상을 보여왔다. A씨는 주변에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가야한다”고 말한 뒤 요양원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경북 김천의 한 요양원 나선 90대 할머니
김천소방서 최호·김영준 구조대원이 야산에서 발견
당시 할머니 주황색 모자 등 밝은 색 옷 입고 있어
최호 구조대원이 물 건넨뒤 할머니 업고 내려와
이날 할머니를 발견한 사람은 최 구조대원과 김영준(31) 구조대원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한 차례 수색을 벌인 뒤 짝을 지어 가보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다 야산 정상까지 올라가 할머니를 찾았다. 이날 김천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최 구조대원은 “할머니가 주황색 모자를 쓰고 하늘색 티셔츠를 입는 등 화려하게 입고 있어 사람인 걸 바로 알 수 있었다”며 “폭염에 지쳐 의식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늘에 계셔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할머니에게 물을 건넸다. A씨는 겉으로 봐서는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구조대원이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모른다.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길을 잃었다”고 했다.
A씨가 지쳐 있어 최 구조대원이 그를 업고 산을 내려왔다. 구조대원들에 따르면 A씨는 이들이 구조대원이라고도 인지를 못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산에서 내려오며 구조대원들에게 “아저씨,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 구조대원은 “폭염 속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빨리 발견돼서 다행”이라며 “10년간 소방서에서 일하며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적은 많지만 직접 발견한 건 처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구조대원도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구조대원으로서 뿌듯하다”고 했다.
사망자는 대부분 노인이다. 지난달 23일 경북 청도군에서 80대 여성이 숨졌고, 지난 3일 경북 고령군에서도 8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는 등 잇따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며 “특히 고령자들이 많은 요양원에서는 환자 산책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