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의혹은 종영 직후 일부 팬들이 제기했다. 유력 후보가 탈락한데다가 1~20위까지 최종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이고, 동일한 표차가 반복되는 걸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도 “매우 희박한 확률”이라고 봤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명백한 취업사기, 채용비리”라고 가세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상한 결과”라며 수수방관하던 엠넷은 상황이 커지자 제작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책임을 져야 할 방송사가 제작진을 고발하는 기이한 상황이다. 경찰은 방송사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을 압수 수색했다. 시청자 260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도 사기 등의 혐의로 제작진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오디션 조작 의혹 수사받는 엠넷
시청자 무시에 도덕적 해이 심각
방송의 사회적 책임 다시 묻는다
사실 ‘프듀’의 문제는 이뿐 아니다. 투표 절차를 거치지만 이미 편집과 방송분량, 일명 ‘피디픽(피디가 미는 후보)’ 등을 통해 유력 후보가 좁혀진다. 애초 공정 게임이 아닐 뿐 아니라, 매회 연습생들을 등수대로 줄 세워 탈락자를 내고, 최종 데뷔조 11명 외에 90명에 대해서는 어떤 배려도 없다(출연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다). 매회 시청자 투표로 당락이 갈리기 때문에 팬들은 과몰입하고, 매표에 준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이번에도 연습생 팬덤 별로 해외여행, 고급 가전 등을 경품으로 내건 ‘혼수’ 수준의 문자투표 이벤트가 열렸다. 이런 과열경쟁을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 하긴 여자 아이돌을 뽑는 ‘프듀’ 시즌1때 담당 PD는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기기도 했었다.
아무리 서바이벌 오디션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초상, 무한경쟁· 승자독식 등 정글 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해도 이건 도를 넘었다. 중소기획사 연습생이라는 약자를 들러리처럼 가학적으로 소비하고, 팬덤의 ‘희망고문’을 동력으로 삼으며, 무늬만 공정성이라는 나쁜 행태에 별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엠넷은 ‘프듀’외에 ‘쇼 미 더 머니’‘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오디션에서도 ‘디스’ 전 등 상대를 깎아내리는 코드로 논란이 됐었다. 한 연출자는 “K팝과 오디션이 주종을 이루는 엠넷은 단순 음악채널이라기 보다 10~20대 초반을 겨냥한 에이지 채널 성격이 강하다. 출연자, 시청자의 상당수가 10대인 만큼 제작윤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엠넷은 수사 와중에도 다음달 예정인 ‘프듀’ 데뷔조의 콘서트와 음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