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의 주무부처인 환경부 소속 공무원 최모(44)씨가 애경산업 관계자에게 보낸 메시지다. 최씨는 수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명단, 실험 결과 보고서 등의 내부 자료를 애경산업측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애경산업으로부터 받은 대가는 200만원가량의 접대였다.
피해자들 “피해구제 환경부에 맡기지 말아 달라”
밥·술 얻어먹고, 화장품·와인 받아
카드 거래내역 등을 조사한 검찰은 최씨가 1년 9개월여 동안 203만원어치에 해당하는 향응과 금품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최씨와 애경산업 관계자와의 만남은 모두 단둘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들은 1~2달에 1번씩은 꼭 식사자리를 가졌다. 설‧추석과 같은 명절 때는 택배로 집에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 명단, 수사 상황 등 수시로 전달
그는 ‘CMIT‧MIT 사용 피해자 명단’뿐 아니라 ‘CMIT‧MIT 건강영향 연구 결과’ 등 환경부 내부 자료를 애경산업측에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수사를 시작한 이후다. 그는 환경부 관계자가 검찰에 출석해 실험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일정 등도 애경산업측과 공유해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끔 도왔다고 한다.
최씨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전 애경산업 관계자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 모두 별도의 장비를 사용해 여러 번 삭제해야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확보한 검찰은 최씨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 외에 다른 환경부 공무원이 범죄에 연루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씨가 공무원 퇴직 후 취업을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지만 관련 증거는 발견하지 못 했다고 한다.
피해자측 "못 믿겠다. 청와대가 직접 챙겨달라"
김기태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은 “환경부 서기관 혼자서 내부 정보를 가습기살균제 판매 기업에 넘기면서 겨우 200만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는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전담한다고 하면 어떻게 믿겠냐”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