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언론 보도 등 표현의 자유 영역을 사전에 제한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요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신청인의 신청이 타당한지'와 '사후적으로 배상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되는지'가 인정돼야 한다"며 "재판부는 방송 내용이 근거가 없는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신청인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봤으며, 방송 이후 신청인의 인격권이 치명적이라 금전적으로도 배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가 보기에 방송 내용 자체가 고(故)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를 단정적으로 범인으로 몰아가고 반론권 보장도 잘 안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어지간하면 기각(방송 허용)했을텐데 방송이 좀 과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마음 먹으면' 방송 가능"
이 때문에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방송을 강행한다 해도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임 변호사는 "신청인이 가처분 신청 때 간접강제 조항까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안 했을 수도 있고, 재판부가 간접강제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적시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아니라 방송 뉴스와 같은 다른 보도 형식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처분 신청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대상으로 한 것인만큼 다른 보도 채널이나 형식을 통해 방영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방송 후 김성재씨 전 여자친구가 명예훼손과 같은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SBS나 제작진에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을 어긴 만큼 제작진과 방송사 측이 가중처벌 될 수도 있다.
주영글 법무법인 해내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이 제기되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야 하는 별개의 사건이 되는 것"이라며 "법원 결정을 어긴 만큼 가중처벌될 수도 있겠지만 방송이 정말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실을 담고 있다면 판결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처분 신청과 소송은 완전히 별개"라며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방송이 공익성이 전혀 없었다'고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 "공익 목적 아냐" vs 제작진 "우려와 좌절감"
제작진은 일단 '법원의 결정을 따른다'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제작진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의도가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도 못한 채 원천적으로 차단된 것에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법원의 결정을 따르되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연·신혜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