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설파한 ‘애국심의 두 얼굴’을 실감한다. 유 작가는 “고귀한 사랑의 감정일 수 있는 애국심 뒤에는 결코 사랑하기 어려운 야수가 숨어있다”고 했다. “내가 속한 국가를 사랑하는 감정인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국가를 배척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개념적·역사적으로 혐오를 벗어나기 힘든 일본이 “가해자의 적반하장”(문재인 대통령)을 시전하고 소녀상까지 내쫓았으니 우리의 야수 본능이 가만히 있겠는가.
어려운 시국에 깨어난 야수는 ‘분노’와 ‘걱정’의 두 얼굴을 지녔다. 편의점부터 콘돔까지 일본 관련 품목을 알리고 대체 국산품을 소개하는 한 불매운동 사이트는 ‘소상공인 피해 주의’ ‘대주주가 한국 기업’ 등의 참고 정보를 함께 올린다. 우리의 분노가 선의의 피해나 초라한 자해(自害)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는 또 하나의 애국심이다. 이렇듯 지혜를 총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정작 정치권은 ‘총선 유불리 보고서’나 ‘사케 공방’으로 자기 잇속만 챙기니 답답하다.
김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