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의사요한’에서 주인공 천재의사 차요한 역을 맡은 배우 지성(42)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이었다. 5일 드라마 촬영 장소인 서울 마곡동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드라마가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의사요한’ 주연으로 열연
존엄사 등 묵직한 생각거리 던져
그는 “결국 연명치료에 대한 문제”라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놨다. “1년 반 전쯤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아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으셨는데, 수술 후에도 계속 심정지가 왔다. 밥 먹다가도 쓰러져 심폐소생술, 운동하다가도 쓰러져 심폐소생술, 화장실 갔다가도 쓰러져 심폐소생술…. 번번이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시는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보였다”고 하면서다. 이후 그의 아버지는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사망률 80%의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 수술실 앞에서 아버지에게 “다음 생애에는 더 잘 해드리겠다”고 인사했던 경험 등이 그에게 삶의 가치를 한번 더 돌아보게 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알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드라마가 안락사·존엄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직접 답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명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차요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선뜻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또하나 더 있다. 바로 희귀병 환자라는 설정이다. 지난 3일 6회 방송에서 차요한은 선천성 무통각증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차요한을 두고 “정말 불쌍한 아이”라며 “혹시나 똑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나 다른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인물로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6회까지 방송된 ‘의사요한’의 시청률은 최고 12.3%(닐슨코리아)로, 현재 방송 중인 지상파·케이블 채널의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그가 의사로 등장했던 또다른 드라마 ‘뉴하트’(2007~2008)의 최고시청률 32.0%와 비교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뭔가에 매이는 순간 원래 마음을 잃는다”면서 수치에 초연한 마음을 전했다. 다만 “아내(배우 이보영)가 늘 모니터링하며 시청률이 잘 나올 때는 나보다 더 기뻐하고 시청률이 떨어지면 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면서 “욕심을 버리고 계속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