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한 경찰은 새터민(탈북자) B씨(22)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B씨가 범행을 한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흉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선 실제로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하지만 B씨도 이날 오전 9시15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되기 전 한 주민이 "어떤 남성이 17층 난관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고 신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B씨의 집에선 "엄마 죄송해요. 영원히 함께 살려고 했는데" 등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 속 '엄마'는 B씨의 국내 생활을 돌봐주는 여성이라고 한다.
경찰은 B씨가 A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하면서 범행 동기는 미궁에 빠졌다.
집까지 왕래할 정도로 친했는데 왜?
A씨와 B씨는 2~3개월 전 한 탈북자 돕는 종교단체에서 만났다. A씨는 B씨에게 종교를 전도하기도 하고 살림도 챙겨주는 등 왕래하면서 친하게 지내왔다고 한다.
두 사람을 모두 알고 있는 이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A씨와 B씨가 친하게 지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이들의 통장 등을 조사한 결과 서로 금전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A씨 집 주변 CCTV에서 이상한 장면이 나왔다. 사건 발생 며칠 전 두 사람이 다투는 것 같은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CCTV에 소리 등이 녹음되지 않아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일 새벽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나왔다.
경찰, 범행 동기 알기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경찰은 A씨 집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에서 발견된 흉기와 B씨의 옷에서 나온 혈흔이 A씨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또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A씨와 B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CCTV 등 디지털기기에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과학적 수사기법이다
경찰은 B씨의 옷에서 발견된 혈흔 등이 A씨 것으로 확인되면 B씨가 범행한 것으로 보고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A씨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한 증거와 범행동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용의자로 지목된 B씨도 사망해 정확한 범행동기를 알긴 어렵지만, 디지털포렌식 조사 등을 통해 최대한 파악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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