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미얀마인 친구 쏘맹언(32)은 안타까움에 고개를 자주 떨궜다. 쏘맹언은 M과 미얀마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커뮤니티는 낯선 땅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는 소통창구였다. 2017년부터 서로 의지하며 터놓고 지냈다고 한다.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로 숨져
7남매 중 다섯째, 가족 얘기 많이 해
한국인 동료 “성실·친절한 청년”
M은 미얀마 중부지역을 흐르는 이라와디강 종류 쪽 마궤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쏘맹언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M이 지난해 11월에 미얀마에 한 번 다녀온 것으로 안다”고 울먹였다.
미얀마엔 M을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그날이 M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M은 회사 동료나 주변 친구 등에게 성실한 청년으로 기억된다. 쏘맹언은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할 때 ‘매우 힘들다’고 털어놨었다”며 “하지만 사고가 난 적이 없는 현장이고 특별히 위험하단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일을 계속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수칙을 잘 지킨다’는 친구였는데…”라며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함께 숨진 같은 협력업체 직원 구씨의 유족도 “생전 아버지께서 M에 대해 ‘친절한 청년’이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고 말했다.
M이 이 빗물터널 작업장에서 일한 지는 한 달 정도 됐다. 그는 한국에 취업비자로 입국해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의 가족들은 한국에 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한 미얀마 대사관 관계자는 “‘그의 어머니는 불안한 미얀마 정치 상황 때문에 외국에 나가는 게 두렵다’며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온다면 형제자매들만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은 M의 친구들을 통해 “시신을 미얀마 고향으로 옮겨주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 이에 대해 대사관 관계자는 “장례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는 M의 회사 측과도 협의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터널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장례절차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시신을 본국으로 운구하려면 일단 사망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수습한 상황이라 아직 정해진 바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