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김일성’ 상을 받은 바 있는 작가실장 김추일은 “우리 창작자와 공연자는 임무를 부여받은 지 10일도 안 돼 창작을 완성했다. 모두 5만여 인원이 참여했는데 이는 하나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 친선을 주제로 한 초대형 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준비하는데, 열흘도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추일 작가는 원래 6월 초부터 ‘인민의 나라’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별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시 주석의 방북은 6월 10일을 전후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6월 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해 100만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중국 시위를 벌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홍콩 사태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중국의 속내를 읽고 시 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김추일은 “북·중 친선의 대합창을 보여줄 공연을 준비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고 김 위원장이 공연의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중국 인민의 친선 사절을 환영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특별히 준비한 데 대한 문화상 박춘남 동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준비는 김 위원장의 직접 지도 아래 이뤄졌다는 것이다.
공연의 총지휘자인 김수영도 “’불패의 사회주의’란 공연 제목은 김 위원장이 친히 지은 것으로 그 뜻은 환경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우의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이 공연을 통해 세계에 북·중 우의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수영은 “김 위원장이 직접 세 차례나 지도했으며 동작 하나, 음정 하나, 복장 선택까지 신경을 썼다”며 “특히 중국 노래인 ‘붉은 기가 나부끼네(紅旗飄飄)’는 김 위원장이 직접 사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 편을 든다는 걸 이례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6일 북한 노동신문이 “홍콩 문제는 철저히 중국 내정에 속하며 외부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빠지란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 표명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의로운 목소리를 칭찬하며 높이 평가한다”고 말하는 등 홍콩 시위를 둘러싸고 북·중이 단합해 미국에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