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경찰청은 1일 “지적장애 2급인 조양의 평소 행동 패턴을 통해 추정 이동 경로를 분석하기 위해 정신의학과 교수와 조양의 특수학급 담임교사, 심리 상담교사와 함께 수색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의 행동 패턴을 가장 잘 아는 담임교사와 관련 분야 전문의를 섭외해 수색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며 “이들은 조양이 일행과 헤어진 뒤 처음 등산을 시작한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을 것이고, 길을 잃었더라도 산을 멀리 벗어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실종자가 하산 도중 어떤 변수에 의해서 돌발 행동을 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조양, 평소 혼자 그림 그리거나 뜨개질 좋아해
조양 부모 "은누리 되돌아 온 길 꼭 찾아가"
실종 열흘 계곡 전방위 수색했지만 못 찾아
조양은 지적장애와 함께 자폐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모 중학교 2학년으로 특수교육을 받고 있었다. 담임 김미연(39) 교사는 “은누리는 장애가 있지만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려 놀았고,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소년장애인체전 수영 200m 종목에서 2위를 할 만큼 운동 신경도 좋았다”고 말했다.
조양은 평소 말이 느렸다고 한다. 낯선 사람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거나, 2~3초 있다가 말을 한다고 했다. 평소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뜨개질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동영상 시청과 노래 듣기 등 한 가지에 오랜 시간 집중을 잘하고 낯선 환경에서 돌아다니더라도 특정 지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가족은 전했다. 조양의 아버지 조한신(49)씨는 “딸이 말은 느리지만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할 정도로 인지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는 편”이라며 “길 눈도 밝고 되돌아온 길은 꼭 찾아서 돌아가곤 했다. 내암리 냇가는 서너번 온 적이 있어서 제대로 산에서 내려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양이 혼자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520m 산길은 폭 3m 정도의 임도(林道)다. 승용차가 다니기는 어렵지만,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통행이 가능하다. 내려오는 길목에 갈림길은 한 곳이다. 하산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우측이 조양의 목적지로 가는 길이다.
조양이 길을 잘못 들었더라면 이 갈림길에서 헤맸을 가능성이 높다. 현장을 둘러본 한 전문 산악인은 “시야가 트이는 갈림길이 나오기 전까지는 길 양쪽으로 수풀이 우거진데다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길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면서도 “갈림길 좌측은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산길인데 은누리가 목적지 200m를 앞두고 오르막을 택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군인, 소방대원 등 수색 인력 600여 명은 전날 가덕면 생수 공장∼무심천 발원지 1.2㎞ 구간, 계곡과 저수지 일대를 수색했으나 조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양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3시간 동안 인근을 지나간 차량 50여대를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아직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