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A양이 충동조절 장애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송 판사는 “A양을 상대로 정신감정을 한 결과 지능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고 지능 수준에 비해 정서적 발달이 잘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양이 충동조절 장애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벽 시간대 사건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 결정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사망 가능성까지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잃는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엄벌을 호소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양에게 장기 10년과 단기 5년을 구형했다. 이는 소년법이 정한 법정 최고형에 해당된다. 당시 A양 측은 “A양이 미성년자이고 낮은 지능을 갖고 있으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고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복역하고 나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아 장기형이 완료되기 전에 출소할 수도 있다. 상해치사죄로 기소되면 성인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받지만, 소년범에게는 장기 징역 10년과 단기 징역 5년을 초과해 선고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귀찮게 해서 잠결에 5차례 벽에 밀쳐”
경찰에 따르면 A양은 B양이 잠을 자던 중 계속 뒤척이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검찰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피해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저를 깨워 귀찮게 했는데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계속 피해자가 반복해 잠결에 화가 나 5차례 벽에 밀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당일 오전 11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머리 등을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B양은 지난 3월 17일 숨졌다. 검찰은 A양이 기소된 이후 B양이 사망함에 따라 공소장 변경을 통해 죄명을 중상해에서 상해치사로 바꿨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