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봤다”며 사진 3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러나 김 위원장의 활동 날짜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함경도 인근에 머무르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잠수한 건조 공장인 신포 인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9m 높이 러시아 골프급 잠수함”
실무협상 앞두고 한·미 동시 압박
북·중·러 역할 분담 가능성 나와
트럼프는 “북과 긍정적 서신왕래”
북한이 잠수함 건조 사실을 매체를 통해 공개한 건 처음이다. 어느 나라나 전략 무기인 잠수함 건조 사실 자체를 사전에 알리지 않는다. 그런데 북한은 공개적으로 완성 단계의 신형 잠수함을 돌아봤다고 밝혔다. 전직 군 고위 당국자는 “잠수함은 최후의 병기로 불린다. 상대방에 잠수함 전력을 노출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며 “상대에 대한 무력시위가 필요할 경우에나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북한이 대신 잠수함 공개로 미국을 압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수중 작전은 발견이 쉽지 않고, 미사일 발사 시 요격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근식 국장은 “사진을 보면 일부 외벽에 수중 압력으로 찌그러진 듯한 곳이 보인다”며 “러시아제 골프급 잠수함을 들여와 미사일 발사관을 설치하는 개조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잠수함은 어뢰 공격에 대비해 외벽을 이중으로 제작해 왔는데, 외벽은 압력에 찌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북한이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과 최근 약간의 서한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매우 긍정적인 서신 왕래였다. 북한이 준비될 때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 기자단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북·미가 실무협상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서신을 주고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단, 북한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상설대표부를 두고 있고, 이용필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이달 들어 두 차례 평양을 찾았다는 점에서 뉴욕 채널이 가동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