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뉴시스]
조 수석은 12일 전날 게재된 한 일간지 칼럼을 공유하며 “남은 건 절치부심(切齒腐心)”이란 대목을 인용했다. 이 게시물은 현재 삭제돼 있다. ‘절치부심’은 문재인 대통령이 넉 달 전(3월 5일)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 때 거론한 단어다.
문 대통령, 로키 대응 문제 지적
“조국, 외교장관 대신 총대” 분석도
조 수석이 왜 그랬을까. 닷새 만에 공개된 그의 12일 비공개 일정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12일은 문 대통령이 조 수석과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을 불러 상춘재에서 ‘번개 오찬’을 한 날이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로키(낮은 수위) 대응하자는 참모진의 제안을 따랐다가 ‘아차’싶으셨던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오찬에서 문 대통령이 조 수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조 수석은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법이 난관에 부닥쳤을 때처럼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북 글로 청와대의 ‘배드캅’ 역을 한 정황이 있다. 이런 정황 때문일까. 22일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조 수석의 잇따른 페이스북 글 게시를 두둔했다. “공직자로서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여당 내에선 소수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강제징용) 판결을 지난 정부 시절 내렸는데도 일본은 문재인 정권을 공격 중”이라면서 “정의감이 있는 조국 수석이 분노가 일어 그런 것 아니겠냐”고 했다. 강훈식 의원은 “일본에선 장관들이 총공격을 펼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과거 조 수석 발언이 늘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현 상황에선 잘못됐다고만 할 수 없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나서면 전면적 외교전이 되니 민정수석이 총대를 멘 것”이라는 시각도 덧붙였다. 당 중진들은 청와대 참모 중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조 수석이 했다고 대체로 해석한다. 이른바 ‘자발적 호위무사’다.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 다른 대통령 측근들보다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조 수석이 메시지 전달자를 자처했다”고 분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