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과 재일동포들로 구성된 일본 시민단체 ‘노 모어(NO MORE) 왜란(倭亂) 실행위원회’ 회원 17명이 지난 22일 부산을 찾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 단체의 한국 방문은 올해로 20번째다.
노 모어 왜란 실행위원회 평화의 소녀상 찾아 사죄
실행위 “일본은 과거사 인정 않고 역사 왜곡해”
23일 민족과 여성 역사관 찾아 위안부 전시 관람
시민단체 회원들은 한·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에 걱정을 표했다. 이날 부산을 찾은 재일교포 김정자(72·여) 씨는 “한·일 관계가 너무나도 악화해 극복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이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가 이처럼 악화하는 원인은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O MORE 왜란 실행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은 고쿠라 교회 주문홍(64) 목사는 “일본은 전쟁 후에 침략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지 않았다”며 “일본의 근·현대 역사를 모르는 일본 시민들이 일본 정부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무역 보복 역시 역사 인식 결여에서 나온 것이라는 데에 공감했다. 주 목사는 “역사를 모르니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조처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이라며 “일본은 여전히 전쟁을 미화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23일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찾아 위안부 관련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임진왜란 등 일본의 침략 전쟁을 반성할 목적으로 1992년 만들어졌다. 일본 근대사 연구가와 목사, 시민단체 대표, 교사, 인권운동가 등이 참여한다. 첫 활동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려고 규슈 사가현 앞바다에 쌓은 나고야 성터에서 임진왜란 반성 집회를 가졌다. ‘일본이 임진왜란 후 조선 침략을 진정으로 반성했더라면, 근대 일본의 침략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일본에서 활동한 인권운동가 고(故) 최창화 목사의 뜻을 이어받은 데 따른 것이다. 2000년부터는 매년 부산을 비롯해 경남 통영·진주, 전남 여수, 전북 남원 등 국내 임진왜란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일본의 침략 정책을 비판해 오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