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국선변호인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고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지난 경찰 수사에서 고유정이 진술한 "피고인은 수박을 써는 과정에서 전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변론이다.
23일 첫 공판준비기일 고유정은 불참
고유정 국선 변호인 "고씨 우발적 살인"
내달 12일 첫 공판서 모습 드러낼 예정
검찰, 고유정 계획범죄 혐의 입증 자신
고씨 변호인은 고유정의 최근 심리상황에 대해 “고유정 접견 때 그녀의 심리가 불안해 보였다. 사건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또 “지금까지 고유정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그대로 말하고 있다”며 “주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고유정의 계획범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접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조사 결과 고씨는 전 남편인 강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 10일 이후 범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고유정은 이 시기부터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와 자택 컴퓨터를 이용해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제주 바다 쓰레기'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검찰은 고씨의 이런 행동이 시신 은닉에 의한 완전 범죄를 위한 계획적인 범행 준비를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검찰측은 최근 고유정이 살해한 전남편과의 성폭행 관련 다툼 중 생겼다고 주장하는 배와 손 등에 난 상처 중 일부가 타인에 의해 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의학 전문가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향후 공판에 나선다.
고유정은 제주교도소에서 내에서 비교적 평범한 재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당초 교도소 입감 당시 독방을 요구했지만, 극단적 선택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유정은 현재 독방이 아닌 일반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원만하게 지내고 있다. 샤워는 물론 잠자리와 식사를 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도 한 펜션에서 2년 만에 친아들(5)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기소됐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