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송인택 변호사(전 울산지검 검사장)가 "이번 사건은 문무일 총장의 승인을 받고 시작했던 수사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 재개와 기소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수사 개시했던 송인택 전 검사장 "위법한 관행과 단절 필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은 "국민의 알권리와 오랜 관행에 따라 이뤄진 공보 업무였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울산지검이 대검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수사 및 기소여부 판단을 요청했고 22일 오후 3시 양창수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해 15명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가 사건의 수사 여부를 판단한다.
울산지검에선 황의수 차장검사가 위원회에 참석해 수사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심의위원회가 수사에 동의해 울산지검이 해당 경찰관들을 기소한다면 사문화됐던 피의사실 공표죄를 적용돼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지는 첫 사례가 된다.
송인택 "피의사실 공표죄 적용해 위법한 관행 끊어내야"
형법 126조에 따르면 검·경 등 범죄수사에 관한 범죄수사를 행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 공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찰이 이 조문을 적용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적은 없다.
하지만 울산지방경찰청에서 관행에 따라 보도자료 배포를 강행해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일각에선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갈등을 언급하지만 이번 수사와는 상관이 없다"며 "피의자의 인권이 달린 문제라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 강조했다.
경찰 측"수사권조정 갈등에서 비롯된 무리한 수사"
울산지검은 올해 피의사실공표죄 수사 뒤에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에 대한 변호사법 고발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을 강요미수와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측에선 피의사실공표죄 등 최근 울산지검의 경찰 관련 수사들이 고래고기 사건에서 비롯된 수사권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반발한다.
송 변호사는 현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검찰을 상대로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피의사실 공표죄와 관련된 소송은 아니었지만 내용상으론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노건평씨, 지난해 검찰 수사결과 명예훼손 소송 승소
법원은 "노씨가 성 회장 특별사면 청탁과 관련해 3000만원을 받았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공소권 없음이 명백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등 충분한 자료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증거까지 나열해 언론과 국민에게 노씨가 피의사실을 저질렀다고 믿게했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송 변호사는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자신의 수사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언론도 함께 힘을 보태 이런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로 수사나 재판을 받던 피고인들이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것이다.
"검·경이 함께 공보원칙 만들어가야" 지적도
하지만 경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울산지검의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검찰 수사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은 "피의사실 공표는 금지되야 하지만 검·경 모두 오랜 관행처럼 해왔던 수사 공보를 검찰의 경찰 수사로 푸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수사 기관이 함께 논의해 새로운 공보 준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