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험하고 무책임한 조국 수석의 스마트폰 선동

중앙일보

입력 2019.07.2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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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페북 여론몰이’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나흘 동안에만 17건에 달한 그의 게시물을 보면 “대법원 (징용) 판결을 부정하는 한국인은 친일파”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중요한 건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다”처럼 대부분 감정적 반일을 선동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친일로 낙인찍으며 국민을 편 가르는 내용이다. 그는 ‘친일파’ 발언이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너무 나갔다”는 논란을 자초하자 21일엔 한 발 더 나가 “일본에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 막말 선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조 수석은 청와대 핵심 참모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서울대 법대 교수라는 ‘지성인’ 출신이기도 하다. 국가적 위기를 맞아 냉철한 이성으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그가 일본의 극우세력도 하기 힘든 얘기를 중학생 수준의 ‘B급 어법’까지 써가며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다. 야당은 물론 언론조차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무조건 매국이라는 이분법, 온 국민이 ‘서희와 이순신을 합친’ 대통령 아래 일치단결해 일본과 싸워야 한다는 값싼 관제 민족주의가 조 수석 강변(強辯)의 핵심이다.

차분하고 슬기롭게 난국 헤쳐갈 전략 대신
반일선동·편가르기, 청와대수석 할 일인가
맹목적인 ‘SNS폭주’ 진보 진영서도 비판

현 여권이 그렇게 혐오해 온 전체주의의 ‘역(逆)부활’이 느껴진다면 지나친 말일까. 이런 독선적 시각에 매몰된 민정수석이 대한민국 법치를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직행할 것이란 설이 파다하니 우려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걱정인 건 조 수석이 연일 외교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증폭시키는 발언을 이어가도 청와대나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말리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자제를 권해야 할 상황인데 그런 얘기는 들리지 않으니, 조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다 여기고 페북 정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건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조 수석은 더 이상 페이스북 뒤에 숨어 무책임하게 국민감정을 선동하는 대신 자신의 주장을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하고, 대일·대야 투쟁의 선봉에 나서는 게 더 솔직하지 않을까.
 
조 수석은 본연의 업무인 인사 검증에서 역대 최악의 무능을 기록해 왔다. 그가 재직해 온 지난 2년 2개월 동안 검증 실패로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이 강행된 장관급 인사가 16명에 달한다. 전임 정부 4년 동안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는 10명이었다. 이로 인해 민정수석이 다섯번이나 갈린 걸 상기하면 조 수석은 경질돼도 몇 번은 경질됐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 수석은 역대급 인사참사엔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비서의 직분을 망각하고 할 일은 실패한 채 엉뚱한 이벤트엔 대놓고 나선다. 이달 초 논문 표절 의혹 등 자신의 신상 논란을 변명하는 문자메시지를 여당 의원들에게 보내 “벌써 장관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나”라는 비판을 듣는가 하면 팩트조차 틀린 채 근거없이 본지의 일본어판 제목을 ‘매국적’이라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일탈을 넘어 직무 남용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 수석은 진보 진영에서조차 자신에 대한 비판이 증폭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규항은 “조국의 발언은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X소리일 뿐”이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고민하지 않고 노래 부르고, 페북질하는 건 전략가들이 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조 수석은 진정한 소통 대신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하는 페북정치를 당장 접고 주 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