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수석은 ‘이적’ ‘친일’ 같은 표현을 거리낌 없이 썼다. 이날 올린 다른 글에서는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정략적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하는가 하면, 전날엔 “대법원 판결을 부정, 매도하는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썼다. 지난 18일에는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 이다”라고도 했다.
청와대 전반의 기류를 주도하는 동시에, 또 이를 반영한 글쓰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 수석은 청와대 안팎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페르소나’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문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고, 신임도 두텁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 계정에 올리는 글이라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민정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나. 청와대의 기류와 무관한 개인의 의견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실제 조 수석이 “중앙일보 칼럼의 일본어판 제목이 잘못 번역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나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잘못 번역되진 않았지만 문제”란 취지의 브리핑을 한 일도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단순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 표시나, 경제적 유인 때문이 아니라 동북아의 판을 다시 짜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일본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한국 정권에 대해 ‘바꿔보겠다, 바꿔보고 싶다’라는 것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라는 얘기도 나오는 상태다.
그렇더라도 조 수석의 글쓰기가 적절한가에 대해선 비판도 적지 않다. 진보 성향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민관공동위에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배상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간주했다”는 결정을 한 걸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가 당시 고심 끝에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곱씹어보기 바란다. 제발 우리 내부에 총질하고 편 가르기 그만하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조 수석의 오만함과 무도함에 국민이 치를 떨 지경”이라며 “국민 정서를 이분법적 사고로 나눈 것도 모자라 반일 감정까지 선동하는 그 의도가 뻔하다”고 지적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