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해군 군함이 이란 무인정찰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역내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드론(무인기)을 격추해 파괴시켰다”며 “이는 이란의 적대적인 행동에 대한 조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이란 드론, 미 군함에 1000야드 근접…방어 조치”
이어 “이는 국제 수역에서 운항 중인 선박들에 대한 이란의 많은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의 가장 최근의 일”이라며 “모든 국가가 항행 및 국제 교역의 자유를 방해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복서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협 범위에 들어간 뒤 드론에 대한 방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이란 드론 격추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무인기 격추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날 석유 불법 환적 혐의로 외국 유조선 1척과 선원 12명을 법원 명령에 따라 억류했다고 발표한 날 이뤄졌다. 이 유조선은 지난 14일 호르무즈 해협의 라르크섬 남쪽 해상에서 이란의 소형 선박들로부터 석유 연료를 넘겨받아 다른 외국배로 옮겨 싣던 중이었다. 파나마 선적의 리아호로 알려졌으며, 억류 당시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이란 영해로 옮겨졌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하면서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드론 RQ-4 글로벌호크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찰기를 격추한 당일 세 곳의 타격 지점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계획했으나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작전 실행 10분 전에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이란산 원유 등 페르시아 만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주요 운송로 중 하나다. 미국과 이란이 대립할 때마다 거론되는 거점이기도 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