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창립자 에글렌타인 젭이 100년 전 영국에서 아동권리옹호 운동을 시작했을 때 돌아온 말은 “적국을 돕는 배신자”였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19년,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어린이가 기아로 고통받자 그는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아동이면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이 보편적 인도주의 정신은 세이브더칠드런의 가장 큰 원칙이 됐다.
올해 100주년 … 인도주의 전파
아동 학대 예방 시스템 제안도
실제 세이브더칠드런은 기아·빈곤·자연재해·질병·폭력 등으로부터 아동이 생존할 수 있도록 보호할 뿐 아니라 아동에 대한 사회 인식을 증진하고, 제도를 바꾸는 권리 옹호 활동을 펼쳐왔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에 대해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도록 권고한 활동이 대표적이다. 2014년에 ‘동반자살’ ‘일가족 집단자살’ 같은 표현이 아동 살인을 온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모가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서를 발표하고 주요 언론사에 공문을 보냈다.
‘훈육 차원의 체벌’이라는 명분의 아동 학대도 비판해왔다. 2014년 울주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때는 진상 조사를 거쳐 국내 아동 학대 예방 시스템을 보완하는 단기·장기 방안을 제안해 정부에서 아동 학대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가정 내 아동 체벌의 금지를 법으로 명확하게 하기 위해 민법 개정의 필요성도 주장해왔다. 지난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아동권리 침해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자녀에게 (방송의 설정으로) 지갑을 훔치게 하고 장난감 자동차를 도로에서 타도록 한 키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아빠가 강도로 분장해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아이를 겁준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아동 학대로 고발하기도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30주년을 맞는 11월에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11월 11·12일 이틀에 걸쳐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와 ‘2019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세계 어린이의 날인 11월 20일에는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유엔 아동권리협약 30주년 기념 포럼’을 열고 아동인권 증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어 23·24일에는 CGV홍대에서 대중영화를 통해 아동권리를 알아보는 제5회 아동권리영화제를 개최한다.
중앙일보디자인=김승수 기자 kim.se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