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양예빈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끝까지 스피드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교복을 입은 양예빈은 평범한 여중생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힘들 법도 했지만, 그의 표정은 해맑았다.
유튜브 스타로 뜬 소년체전 3관왕
일방적 레이스로 경쟁자 압도
멀리뛰기 하다 달리기로 전향
20년 된 여중부 기록 경신 도전
그의 말대로 한 달도 더 지난 소년체전 영상이 ‘역주행’하면서 양예빈은 일약 스타가 됐다. 계룡중 백상현 교장은 “평소엔 예의 바르고 밝은 아이다. 수업도 빠지지 않고, 훈련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다. 전교생은 500명뿐이지만 예빈이 덕분에 학교가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양예빈은 “학교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여기저기서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고민 끝에 사인도 만들었다”고 했다.
5월 소년체전 당시 양예빈은 계주뿐 아니라 200m(25초20)와 400m(55초94)에서도 우승하며 3관왕에 올랐다. 개인전에선 다른 선수들을 멀찍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예빈의 성장이 더 놀라운 건 그가 트랙 종목에 입문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예빈은 원래 멀리뛰기와 세단뛰기 등 도약 종목 선수였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김은혜 코치의 권유로 종목을 변경했다. 김 코치는 “중학생이 된 뒤 키가 20㎝ 정도 커 1m63㎝까지 자랐다. 그래서 멀리뛰기보다는 달리기가 더 적합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양예빈은 “도약 종목은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며 “달리는 건 정말 재밌다”고 밝혔다. 양예빈의 하체 길이는 1m2㎝다. 김 코치는 “육상선수 중에선 다리가 아주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예빈이는 목표를 세우면 꼭 해내는 노력파”라고 귀띔했다.
아버지 양영철(50)씨는 딸이 육상선수가 되는 걸 찬성했지만, 어머니 오영옥(44)씨는 반대했다. 막내딸이 힘든 육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양예빈은 “운동을 반대하는 엄마에게 일부러 반항하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엄마에게 허락을 받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종목을 바꾼 것도 그래서였다. 김 코치는 “도약 종목에선 4~5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트랙으로 변경하면서 만 1년 사이에 최고 기록을 5초 이상 끌어올렸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좋아하는 가수가 누군지 물어봤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방탄소년단을 정말 좋아한다”며 “코치님이 BTS 콘서트에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뷔 오빠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계룡=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