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모기가 비행기 타고 5시간 넘게 이동할 수 있을까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을왕산에서 ‘뎅기 모기’가 발견됐다. 태국·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뎅기열 바이러스가 국내 모기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통상 뎅기열은 동남아 여행객이 현지에서 모기에 물려 입국하는 식으로 발병해 수입 감염병으로 불렸다.
질본의 설명대로라면 모기가 화물칸 등에 실려 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셈이다. 컨테이너 쪽에 있던 유충이 적정온도에서 부화했을 수도 있다.
모기 활동반경 2~4km지만, 운송수단·바람 타면 더 멀리 이동
말라리아 없는 나라 공항 부근서 ‘에어포트 말라리아’ 환자도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에어포트 말라리아는 과거 열대병인 말라리아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서 급속도로 확산한 걸 설명하는 데 쓰였다.
이런 식으로 종종 모기가 각국을 넘나드는 탓에 질병 재앙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이언스데일리는 “일단 감염된 암컷 모기가 비행기를 떠나면 공항 내 다른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질병을 옮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다”며 “이런 종류의 국제적 전염은 말라리아뿐 아니라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같은 질병들이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라고 썼다.
치쿤구니야는 ‘구부리다’는 뜻의 스와힐리어로, 모기에 물려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구부린 모양에서 이름이 만들어졌다.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일대의 늪지대 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탈리아 등 유럽에 퍼진 데 이어 동남아로도 확산됐다.
콕세지도 논문에서 “이국적인 모기 종들이 항공기를 통해 옮겨다니면 다른 나라에 '토착 감염병'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의 제임스 디아즈 교수는 사이언스데일리에 “1999년 항공기에 의해 웨스트나일병이 미국에 유입됐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 우리는 전염병이 얼마나 빠르고 쉽게 퍼질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며 이는 질병들이 유입되기 전 조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질본 측은 이번 뎅기 모기를 계기로 검역을 강화하고 매개 모기 감시주기를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박기준 질본 검역지원과장은 “항공기나 선박 등의 소독을 강화하고 공항과 항만 등의 검역구역 내 매개체 감시 활동을 주 1회에서 3회 정도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