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특사’ 3인 중 한 명이었던 독립운동가 이위종(1887∼?) 열사의 러시아 거주 후손들이 열사의 삶을 재구성한 역사 소설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김영사)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이 열사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83) 여사와 외증손녀 율리아 피스쿨로바(52) 전 모스크바대 역사학부 교수다.
열사 일대기 다룬 소설 발간 맞춰
외손녀·외증손녀 러시아서 방한
이 열사의 후손들은 16일 서울 서소문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책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 “이위종은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만들었고, 이범진은 유머가 있었다고 선조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율리아 전 교수는 “이번에 출간된 책을 통해 증조할아버지(이위종)가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의 초기계획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털어놓으며 “많은 한국인이 계속해서 증조할아버지 이위종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야사학자 이승우(69)씨가 쓴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은 이위종의 일대기를 담아낸 최초의 작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이씨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열사의 행적을 뒷받침할 만한 사료가 충분하지 않았다. 사망 연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4년 동안 이위종의 행적을 추적하며 관련 사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위종은 헤이그를 다녀온 뒤 국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절감했고 실제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인 독립전쟁론자”라고 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 귀족 여성과 결혼했는데, 결혼을 위해 러시아정교회로 개종한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밝혀낸 역사적 사실에 일부 상상력을 가미해 이 책을 완성했다.
책에 따르면 이 열사의 죽음에는 일본 정부가 깊게 개입돼 있다. 이 작가가 “공개된 일본 외무성 기밀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율리아 전 교수는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점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일본이 한국에 수출을 막은 물자(불화수소)를 러시아에서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일 두 나라가 합의점을 찾아 원만히 해결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