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국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6년새 72만대 줄었지만
친환경차 비중은 10% 육박
집중투자로 상품성 인정받아
코나 전기차, 미·영 ‘올해의 차’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회장 정만기)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수출대수는 2012년 317만대에서 지난해 245만대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친환경차 수출은 3만5000대에서 19만6000대까지 늘었다. 자동차 수출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1%에서 8.0%로 늘었고, 올해 4월까지 자동차 수출에서 친환경차 비율은 9.3%나 됐다.
한국은 친환경차 개발이 경쟁국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친환경차 수출은 2010년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유일했지만, 최근 수년간 하이브리드차·순수전기차·수소전기차 등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지난해엔 14종까지 늘었다.
후발주자지만 친환경차 분야에 집중 투자해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이 수출 증가의 원인이란 게 KAMA의 분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EV는 2017·2018년 미국시장 소형차 가운데 가장 연료효율이 높은 차로 뽑혔다. 코나 일렉트릭은 2019년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고, 지난해 영국 넥스트그린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차’로 뽑혔다. 니로EV는 영국 왓카 어워즈 ‘올해의 차’가 됐다.
수출지역도 다변화했다. 2014년까지는 친환경차 수출의 90% 이상이 북미지역에 집중됐지만 2015년 유럽연합(EU)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지난해엔 EU가 최대 수출지역(45.7%)으로 부상했다. 국가별로는 미국(4만6329대)이 가장 많았고 이스라엘(2만3149대), 영국(1만5793대), 독일(1만1919대), 스페인(1만1676대) 순이었다.
하지만 남은 숙제도 많다. 최근 일본 무역보복에서 경험했듯, 핵심 소재·부품의 자급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어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전기차 핵심기술인 모터·인버터·배터리소재 등 기술 상당 부분을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수소전기차도 제조부문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에 비해 핵심부품인 연료전지스택·수소저장장치·수소공급장치 등은 수입에 의존한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우리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차 개발을 확대하고 수출시장별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핵심 부품·소재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의 연구·개발(R&D),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