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시간 전쯤 운전기사가 몬 차량에서 내린 뒤 북한산 쪽으로 혼자 걸어 올라갔다. 차에서 내릴 때 운전기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국과수 검안의 사인 확인 중"
정 전 의원 발견 당시 소지품에서 휴대전화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이 휴대전화 기지국을 확인해보니 시신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0m 부근에서 신호가 잡혔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찾았다.
김용태 의원 "우울증 내색하지 않아"
시신 발견 장소 인근에서 만난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정 전 의원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실이다. (우울증은) 정치를 하며 숙명처럼 지니는 것"이라며 "상태가 상당히 호전돼 식당도 하고 방송도 활발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은 관리 잘해야 하는데, 내색하지 않아서 (극단적 선택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슬퍼했다. 이어 “지난주까지만 해도 다음 달에 저녁이나 한 번 하자고 그랬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정 전 의원의 자택에는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문이 굳게 닫힌 채 친지들로 보이는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2016년) 낙선 뒤 심적으로 힘든 상황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서울 서대문 을 지역구에서 17~19대까지 3선 의원을 지냈다. 이명박(MB) 정부 초기 땐 ‘왕의 남자’로 주목받았지만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정면 비판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왕의 남자'에서 구치소 수감까지 파란만장
정 전 의원은 과거 한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험이 있다. 다행히 실패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다시 태어난 삶’이라며 제2의 생을 살았다고 한다. 치유하는 삶을 살려 인터넷 강의로 카운슬링(심리상담)을 배워 관련 자격증도 땄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은 “칠십 이후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카운슬러를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차리기도 했고 종합편성채널의 시사나 예능프로그램에 보수 논객으로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드라마틱한 삶을 산 정치인으로 주목받아왔다.
박사라·이태윤·신혜연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