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해 MBC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MBC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했다는 내용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아나운서들은 지난해 5월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된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올해 5월 복직했다. 하지만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아나운서 업무를 하지 못한 채 회사 업무로부터 배제당하고 있다는 게 아나운서들의 주장이다.
일 안 주고 인트라넷 접근 못 해
진정을 넣은 MBC 아나운서들은 앞선 사례가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인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고▶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하며▶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을 뿐 아니라▶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한 행위 등에 속한다고 적었다.
"사장 갑질을 사장에게 신고하라는 법"
법무법인 덕수의 황준협 변호사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사측이 조치를 제대로 못 한 경우만 처벌하기 때문에 이 사건도 직접적인 처벌은 어렵고 행정지도 수준에 그칠 거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김수영 변호사는 "사장이 괴롭혀도 사장을 찾아가 고충 처리 신고를 하란 게 법 내용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MBC 아나운서들이 노동청을 찾아간 것 같다"며 "큰 사업장이 아니고서는 보통 괴롭힘의 주체가 사장인 경우가 많은데, 허점이 많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살리려면 노동청 역할이 관건
류하경 변호사는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제 수단을 가진 노동청이 직장 내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사업장에서 현실적으로 법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청이 의지만 있으면 MBC에 근로감독관을 파견시켜 내일 당장 시정하란 권고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 법은 노동청에 내려진 숙제"라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