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여성 스태프들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배우 강지환(42·본명 조태규) 측이 피해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합의 종용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합의하자' 찾아오고, 회유 메시지도
만남을 거부하는 피해자들에게 이들이 소속된 업체 관계자는 합의를 종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보냈다. "오늘이 골든타임이다. 오늘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강지환은 파산할 것이고, 이제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다. 강지환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너희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재판에서) 너희에게 불리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것이고 신분이 노출될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겪을 것이냐"며 은근한 협박도 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속해 있는 회사 관계자가 피해자들에게 보낸 모바일 메시지에 부적절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문제를 제기했다"며 "피해자들과 협의해 메시지를 보낸 관계자를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상 일부가 알려지면서 뒤늦게 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이 외부 술자리 이후 따로 2차를 위해 강지환의 집을 찾았다가 피해를 봤다는 잘못된 언론보도로 피해자들을 탓하는 의견도 나왔다. "강지환이 억울한 누명을 쓴 것 아니냐"는 꽃뱀설도 나왔다.
피해자들 "강지환, 만취 상태 아니었다"
놀란 피해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자 강지환은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을 걸어 잠근 피해자들은 소속사 관계자들과 경찰, 지인 등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강지환의 집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특정 통신사 외엔 휴대전화 이용이 어려웠다. 이들은 겨우 연결된 외부 와이파이(Wi-Fi)망을 이용해 지인에게 "도와달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보냈고 출동한 경찰은 강지환을 형법상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됐다.
피해자들은 "당시 강지환이 술을 마시긴 했지만, 기억이 끊길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모바일 메신저에도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며 "피해자들이 2차 피해로 겪는 고통이 큰 만큼 악성 댓글 등을 쓴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하던 강지환, 뒤늦은 혐의 인정
강지환은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저의 잘못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도록 하겠다. 거듭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