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그은 '한·일 레드라인'···"군사협정 흔들지 말라"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19.07.15 17:53

수정 2019.07.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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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12일 백악관 앞에서 "미국 측이 우리의 문제의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감하고 있다"며 "중재는 미국이 선뜻 입장을 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경제 갈등으로 인해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한ㆍ일 양국에 사실상 경고했다. 15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을 위해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외교부 방미 대표단에 미 정부 인사들은 “지소미아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 측 인사들은 “경제 분야 갈등으로 어떤 경우에도 안보 분야가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알렸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앞서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차관보급) 등 대표단은 지난 11~13일 워싱턴을 방문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 관계자, 미 재계 인사 등을 접촉했다.

"경제 갈등으로 안보에 교차오염되면 안 돼"
미국 측 인사들, 방미 대표단에 생각 알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한ㆍ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상대에게 제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이다. 지소미아는 1년 단위로 갱신하며, 연장을 원하지 않는 쪽이 협정 만기 90일 전에 통보해야 하는데 다음 달 24일이 90일 전이다. 지소미아는 한ㆍ일간 군사정보 공유가 일차적 목적이지만 기존의 한ㆍ미 협력, 미ㆍ일 협력에 이어 한ㆍ일의 축을 더하며 삼국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의 실질적 조치다. 따라서 미국이 지소미아를 콕 짚어 거론한 것은 경제 문제로 싸우다가 한ㆍ미ㆍ일 삼각 협력까지 걷어차선 안 된다는 ‘레드라인’을 양국에 제시한 셈이다.
미측 "어느 한쪽 편들기 어려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윤 조정관 일행을 만난 미 백악관 안보실과 국무부 인사들은 현재 상황이 악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적극적으로 공감했다”고도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측은 “(한ㆍ일 간 갈등 악화를 막기 위해) 어떤 합당한 역할이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 행정부 인사들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모두 미국에 가장 가까운 맹방, 동맹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솔직한 의견도 내놨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하거나 관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관여 필요성에 대해서는 만난 인사들이 모두 동의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최근 미국이 한ㆍ미ㆍ일 고위급 협의를 조율했는데 일본이 준비되지 않아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조정관은 미 행정부 인사들에게 “한국은 긴장이 더 고조되고 상황이 악화해 양측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러니 미국이 관여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미 측은 특히 한ㆍ일 갈등으로 제3자가 이익을 본다는 윤 조정관의 ‘중국 어부지리론’에 공감했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했다며 전략물자가 한국을 통해 북한 등으로 반입된 것처럼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한ㆍ미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우리뿐 아니라 미국에도 관련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무부를 접촉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설명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 알렸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