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청소 안하면 세균바람 쌩쌩…폐렴 위험 높은 ‘레지오넬라증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2019.07.14 14:33

수정 2019.07.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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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따른 종합병원, 백화점 등 대형건물의 냉방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호흡기 감염증인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1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신고된 레지오넬라증 감염자는 19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305명)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올해 감염자는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월별로 보면 4월 22명 발생한 데 이어 더위가 시작되는 5~6월에만 76명으로 조사됐다. 7월에는 12일 기준 14명이 신고됐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레지오넬라증은 지난 2000년부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의료기관들이 감염자 발생을 보건당국에 신고한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회의장에서 재향군인회 모임 이후 이 세균에 감염된 100여명의 환자가 발견되면서 재향군인을 뜻하는 영어 ‘legion’에서 명명됐다. 미국 등 해외에선 집단감염 사례도 보고됐다. 

올들어 194명 집계…지난해 절반 넘어
공동건물, 냉각수탑 위생 관리 중요

레지오넬라균은 고여있는 더운물(25~45℃)에서 잘 자라 여름철과 초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주로 대형건물 냉각탑수,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분수대, 목욕탕, 찜질방 등 오염된 물에 존재하던 균이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흡입돼 감염된다.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는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원인균은 같지만 증상에 따라 폐렴형과 독감형으로 나뉜다. 주로 폐렴형이 많은데 40도 이상의 발열과 기침, 근육통, 두통, 전신 피로감 등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이 올 수 있고, 종종 합병증으로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신우신염 등도 일어날 수 있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고 가래가 별로 없는 마른기침을 하는 게 특징이다. 독감형은 발열과 오한, 마른기침, 콧물 등 초기 독감과 비슷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 치료 시 완쾌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치명적 질환이다.
 
대부분 감염자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다. 강재헌 강북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면역저하자의 경우 레지오넬라균 감염 위험이 크다”며 “폐렴형인 경우 적절한 항생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나타내는 독감형은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독감형은 2∼5일간 증상이 지속하다가 1주일 안에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초기에는 감기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적 증상이 없기 때문에 마른기침, 두통과 발열, 권태감 등 증상이 있으면 감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에어컨 필터, 냉각기 등의 정기적 소독과 점검이 필수다. 다중이용시설 관리자는 정기적으로 물 공급 시스템을 소독하고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검사해야 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