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국에선 애더럴이란 알약 하나로 간단히 해결한다. 소위 '머리가 좋아지는 약', '슈퍼맨이 되는 각성제'로 불리는 애더럴은 명문대 재학생 3명 중 1명이 복용할 정도로 미국에선 흔한 약이다. 쉽게 처방전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 암페타민이라는 마약 성분이 주성분이다.
마약인데 쉽게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그것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미국에서 합법적인 처방으로?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상비약이 되어가는 마약
"이거 5알이면 더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어요. 월요일엔 10알씩 먹기도 하죠"
"문이 1만 개 있는 방에 들어선 기분이에요. 모든 문 뒤엔 정말 멋진 게 숨겨져 있죠."
"따뜻한 빛처럼 행복이 밀려 들어와요."
"몸과 정신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애더럴을 복용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최고의 컨디션과 기분을 유지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단지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울하거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에더럴은 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생산적이고 근면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이 약은 손쉽게 해결해 주었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며 천재성을 발휘하길 바라고 아이들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약을 선택한다. 단지 태생이 마약이었을 뿐 상비약이 되어가는 중이다.
시작은 마약이었으나 끝은 창창하리라
생산력이 올라가다 보니 초기에는 노동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창작자들이 사용했다. 국가도 암페타민 복용을 권장했다. 간단한 처방전만 받으면 구할 수 있었기에 1960년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암페타민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뽕)의 부작용으로 후유증과 심각한 중독증세가 나타나자 국가에서 금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것이 쉽게 없어질까?
이 약물은 현대에 들어오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료 약인 애더럴로 돌아오게 되었고, 병원에서 ADHD 진단만 받으면 누구든지 처방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약을 먹으면 지치지 않고 20시간 또는 밤을 새우며 일해도 끄떡없고, 운동선수는 경기장에서 날아다니며 신기록을 세운다. 어려웠던 문제들이 도전적이고 재밌어 보이면서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한마디로 ‘슈퍼맨'이 되는 기분이랄까. 당신이라면 과연 이 유혹을 피할 수 있을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 법
경쟁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한국도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남과 비교당하며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린다. 그렇다면 그런 경쟁에서 남보다 쉽게 우위에 설 수 있는 약을 먹는 것은 정당한 방법일까? 돈이 있으면 더 좋은 과외를 받을 수 있고 돈이 있다면 누구보다 쉽게 병을 치료할 수 있는데 그까짓 알약 하나가 문제가 될까? 만약 문제가 된다면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이러한 약물을 금지해야 할까?
<슈퍼맨 각성제>는 이러한 형평성의 문제부터 경쟁사회의 불합리함과 아이러니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중독성, 관련 범죄, 약에 의존해 힘을 갖게 된 사람들의 처절한 결말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애더럴의 효과와 먹었을 때의 감정, 이후 그에 중독되고 종속되는 과정을 감각적인 화면으로 보여주기에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를 찾는 이들에게 강추한다.
와칭(watchin')
연출 엘리슨 클레이만
출연 타즈 마할, 켑모, 보니 레이트, 에릭 클립튼
관람 넷플릭스
평점 IMDb 6.4 로튼토마토 62% 에디터 꿀잼
김광혁·와칭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