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유일하게 식용 개 사육 농장이 있는 곳이다. 여러분이 바꾸면, 모든 게 바뀐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축하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
할리우드 배우 킴 베이싱어가 “목소리 없는 개들을 대신해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복날 추모 행동’에 참석해 “개들은 슬퍼해 주기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식용 개 거래 금지를 위해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용감하게, 과감하게 나서달라”고도 했다.
그는 "나도 입양한 개 두 마리, ‘행크’와 ‘앨리’를 기르고 있다"며 "몇 년 전 한국의 식용 개 농장의 실태를 처음 듣고 너무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먼 길을 날아왔다”고 했다.
복날, 국회 앞 개 식용 찬반집회 맞불
"개고기 사세요"vs"개를 그만 먹어라!"
복날, 국회 앞 '개 식용' 찬반 집회엔 외신도 몰려
이들은 개 도살 금지와 ‘임의도살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1월 19일 경기 김포시 한 개농장 인근에서 전기도살된 채 발견된 사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쌓아놨다. 킴 베이싱어는 개 사체 모형을 손에 들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손에 든 개 사체 모형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방관한 개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이 실태를 보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해 6월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농해수위가 1년간 심사를 미뤄 그동안 100만 마리 개가 더 도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 '동물도살금지법 지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각각 20만 서명을 넘겼고, 청와대 측에서도 '변화된 사회 인식을 인정하고,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단계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 이행 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LCA 대표 크리스 드로즈도 "식용 개 거래 금지는 전 세계적인 변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기 한국에서, 지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개고기 사세요!” vs “개를 더는 먹지 마라!”
동물해방물결 측이 “지금 반대쪽에서 개고기 시식행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고 알리자 모여있던 사람들 사이에선 “어후~쯧쯧”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식용목적 개 도살 금지하라!” “개를 더는 먹지 마라!”며 개시식에 항의했다.
이날 오후에는 동물행동권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가 대구 칠성 개시장 폐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소위 '전국 3대 개시장' 중 성남 모란시장, 구포시장의 개 판매는 금지됐다"며 "대구시는 개 식용 산업의 마지막 거점이 대구에 남아있는 걸 부끄럽게 여기라, 개 도살장을 철폐하고 개시장을 없애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동물해방물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 반대 의견은 46%, 찬성 의견은 18.5%였다. 실제로 2016년 12월 수원 모란시장이 개 판매를 중단한 이후 2018년 11월 모란시장 인근 도살장이 철거됐다. 지난달 11일에는 부산 구포 개시장도 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식용 개 산업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