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1일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규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과기정보통신부는 11일 4차 심의위원회를 열어 총 8건 중 4건에 대해서만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지정했다.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 태양광 발전 모니터링 서비스, QR코드 기반 O2O 결제 서비스 등이다. 모인에 대해선 추후 재심의(보류)하겠단 결론을 냈고, 택시 앱 미터기(3건)에 대해선 “국토부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 의견을 냈다.
규제 샌드박스 희비 엇갈린 업계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은 보류
전동 킥보드, 자전거도로 주행
시흥·화성 일부 지역선 가능
규제 샌드박스란 모래 놀이터처럼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내주거나 실증특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에 블록체인은 위험하단 이유로 판단을 보류했다. 과기정통부 심의위원회는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 등의 기대 효과로 인한 찬성 의견이 있었지만, 자금 세탁 위험과 가상통화 투기 과열 등 국민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만만찮았다”며 “관계 부처 간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향후) 심의위원회에 상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개인의 돈을 암호 화폐로 거래하는 게 아닌, 해외 은행과 암호 화폐로 거래하는 것으로 자금 세탁의 우려가 없다”며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극히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된 이유가 제한된 환경과 통제 안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게 하자는 것인데, 서비스를 시작조차 못하게 하는 건 이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토로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심의위원회는 사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어떻게 회계상의 투명성을 담보할지에 대해 검토하면 된다”며 “블록체인 자체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규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유주방이나 조건부 허가를 받은 택시 동승 중개 서비스 등은 숨통이 트였다. 위쿡(심플프로젝트컴퍼니)은 이날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최종 심의를 통과했다. 민간 공유주방 중 최초다. 위쿡 사직지점에서 생산한 음식은 서울 전역에서 유통과 판매가 가능해지고, 한 개 주방으로 여러 사업자가 영업신고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1개 주방에서 햄버거·반찬사업·족발가게·치킨집이 같이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위쿡은 “별도 생산 공간이 없는 개인 사업자라도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울 내 마트·편의점·온라인 마켓부터 지역 식당이나 카페에 납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경진·김정민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