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고용노동부의 기준에 의하면 이들은 간접 고용된 사람들이다. 이 인력이 몇 명인지, 이들이 담당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대외에 공표해야 한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시행 중인 고용형태공시제 때문이다.
분명 우리 회사 정규직인데, 납품만 하면 다른 회사 비정규직 둔갑
기계를 판매한 회사로선 당연한 서비스 제공이다. 그런데 A사로부터 납품받은 업체는 A사 근로자를 간접 고용한 근로자로 신고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공표해야 한다.
A사 입장은 더 황당하다. 회사가 고용한 정규직 근로자가 소속 외 근로자(협력업체, 하청, 도급 근로자), 즉 기계를 납품한 대기업의 간접고용 근로자로 둔갑한다. 자사의 직원을 대기업에 간접 고용시키면서 한편으론 중소기업 근로자를 간접 고용하는 기업으로 2단 변신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간접 고용 규모와 업무까지 공개해야
애초 이 제도는 현 정부가 야당이던 시절 노동계와 함께 추진하려다 초법적 규제라는 반발에 부딪혀 시행이 유보됐다. 그러다 2014년 7월 전격 시행됐고, 올해는 1000인 이상 사업장의 업무 공개로 확대됐다. 고용형태까지 공시하도록 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여론몰이로 정규직 전환 압박…고용부도 "그런 취지"
고용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김영중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비정규직과 간접 고용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이끌어내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내부 사정과는 아랑곳없이 기업의 인력운용을 여론 재판으로 뜯어고치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A사의 사례처럼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이른바 간접 고용 규모가 확 늘어나게 된다. 건설업에선 발주를 받아 공사하면 간접 고용을 많이 한 회사로 낙인찍히기에 십상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달라서다. 경제활동(건설공사)을 안 해야 간접 고용이 없는 회사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인력운용 현황 공개는 경영 전략 노출…전체주의적 발상"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협력업체 근로자가 맡은 업무까지 낱낱이 공개하게 하는 것은 경쟁력은 안중에도 없는 옥죄기 규제이자 기업의 인력운용을 국가가 간섭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청년 인턴 많이 뽑으면 비정규직 많은 회사로 낙인…안 뽑아"
한편 이날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협력·하청·도급 등에 따른 소속 외 근로자는 18.1%였다. 지난해보다 0.4% 포인트 줄었다. 회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는 22.3%였고, 단시간 근로자는 6.2%였다.
1000인 이상 기업 중 소속 외 근로자가 하는 업무는 청소 등 서비스업무, 경호·경비, 경영·행정·사무직, 운송, 기계설치·정비 등이었다. 업종별로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과 건설업에서 소속 외 근로자 비율이 많이 늘어났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기간제 근로자=회사가 근무 기간을 정하고 채용한 비정규직 근로자
◇소속 외 근로자=협력업체나 파견업체, 도급업체 등의 정규직이지만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소속 외 근로자=협력업체나 파견업체, 도급업체 등의 정규직이지만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